이촌화랑 2024년 새해 첫 전시는 김시종, 모모킴 작가의 2인전 《지금을 보는 눈》입니다.
서로 다른 결의 작업을 이어오던 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시선을 두며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두 작가가 평소에 마주했던 장면, 사람, 생각 등을 만나보며 그들의 눈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다르게 보고 그 안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가치를 발견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 동안 사진으로 관객과 소통해 온 김시종 작가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붓과 캔버스로 문득 일었던 느낌이나 평소 내면에 가졌던 고민을 자연스럽고 진솔하게 드러냈습니다.
모모킴 작가는 동시대의 삶을 세련되고 로맨틱한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소소한 보통의 대상 가운데 삶의 본질적인 가치가 있음을 전하며 먼 훗날에도 기억될 수 있는 일상의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기록합니다.
"나는 사람을 눈으로 지각하는 방식을 한 장소나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확장하며 회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초점이 잘 맞지 않는 시각으로 사람을 인식하려는 시도에서 작업이 출발하며, 동일한 관심사에서 인물 형상을 그림의 내용과 형식을 연결 짓는 주요 매개체로 삼는다. 캔버스 또한 그 시각을 드러내는 중요한 매체로 보고 넓이, 밑칠의 순서, 배치 방식 등을 캔버스에 그려지는 인물 및 장소의 이미지와 적극적으로 결합시킨다. 신체적 상황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회화가 현재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이 포함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을 공통된 배경으로 삼아 유사한 색상을 가지면서도 서로 다른 성격으로 그린 세 점의 그림을 전시한다. 물감을 캔버스에 칠하며 붓질이 서로 결합되는 모양, 물감이 흐르며 혼합되는 과정 그리고 색상이 시각적으로 섞여 보이는 현상 등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섞이는 모습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관객이 미술관, 사람들의 모습, 그림이 그려지는 방식 사이를 오가며 그들의 관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다."
- 작가의 글 중에서
2023년 가을 이촌화랑에서는 권재나 작가의 개인전 <세렌디피티>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세계 중 셰이프드 캔버스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셰이프드 캔버스는 작가 자신의 추상 페인팅 속 붓자국에서 출발한 작업입니다. 붓자국은 너무나 부분적이고 불완전하고 색과 형이 모호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회화 안에서 어떠한 의미나 감각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권재나 작가는 이러한 '애매한' 속성을 붓자국의 한계라고 생각하지 않고 잠재력이라고 여겨 그 가능성을 파고들었습니다.
붓이 지나간 자리에 생기는 색 층과 붓자국을 2차원 평면에서 3차원으로 확장했습니다. 모호한 색들 사이에서 명징하고 섬세한 단색을 이끌어냈습니다. 흐릿한 형태에 다부진 몸체를 부여했습니다.
늘 회화작품 안에서 '흔적'으로만 보여졌던 붓자국이 회화 밖으로 독립하면서 내뿜는 감각적인 해방감을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늦여름, 이촌화랑에서는 임하리 작가 개인전 <소프트 싱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 '털난빵'을 소개합니다. 털난빵은 임하리 작가가 아기를 키우고 관찰하며 창조한 캐릭터입니다. 새끼 고양이 같은 겉모습에 ‘빵!’이라는 외마디로 소통하는 야성의 존재.
그들의 풍성한 털은 궁극의 사랑스러움을 상징합니다. 털은 부드럽고 따듯하며 섬세하게 피부의 감각을 자극합니다. 털은 정서적 안정감이며 서로를 어루만지는 친밀한 소통입니다. 털을 가진 존재는 자신과 상대방의 지적, 감정적 격차를 좁혀 어긋남 없는 완전한 하나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임하리 작가는 밋밋해진 우리 마음에 다시 한 번 '털의 감각'을 세워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부드럽게 누군가와 온전한 합일(soft sync)을 이루게 해주는 '소통의 감각' 즉 사랑입니다.
올 여름 이촌화랑에서는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소영 작가의 개인전 <어느 멋진 순간>을 준비했습니다. 2014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Bologna Children's Book Fair)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이소영 작가는 그림책과 일러스트 뿐 아니라 수채, 유화, 판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작업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안녕, 나의 루루”,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 “파란 아이 이안”, “굴뚝 귀신”, “여름”, “겨울☆” 등 다수의 동화 그림책을 창작하며 어린 독자부터 동심을 간직한 어른들까지 폭넓은 관객층과 소통해 왔습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이소영 작가의 세 가지 작업세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만나는 있는 그대로의 일상, 자유로움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스트릿 드로잉, 그리고 동화책 “안녕, 나의 루루”의 원화를 감상하며 삶에서의 소중한 가치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촌화랑 그룹전 <가장 보통의 시선>은 대상(인물, 사물, 동식물, 공간 등)을 겉으로 드러난대로 혹은 ‘늘 보던대로’가 아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식에 관한 전시입니다. 대상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보다는, 너무 익숙하거나 너무 사소하거나 순간적이거나 지나가 버렸기 때문에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삶의 측면을 들여다보려는 시도입니다.
전시에는 김미로 이겨레 황유윤 작가가 참여합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관객이 자기 삶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을 의식해보거나 소중한 것을 가까이 두고도 멀리 있는 ‘파랑새’를 좇는 무의식적인 습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랍니다. 더불어 반복되는 일상으로 권태와 무료함에 빠져 있다면 그 안에서도 신선하고 낯선 감정을 유추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새롭고 특별한 것을 찾는 눈이 아니라, 가장 ‘보통의’ 시선으로 나의 주변과 일상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의식하지 못했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 ‘있음’ 자체의 특별함을 보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이촌화랑은 개관전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권재나 작가의 초대전 <컬러 캐니언>을 기획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서양화 - 예일대학교 페인팅 석사를 거쳐 미국에서 활동을 이어온 아티스트입니다.
권재나 작가는 우리 삶의 터전인 도시를 색으로 재해석합니다. 우리는 현대 산업재료와 디지털, 네온, 광고, 통유리, 메탈 등으로 시각효과가 극대화된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매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시각 정보, 모호한 인상만 남은 색과 형태의 부스러기들이 작가의 미적 선택에 의해 섬세하고 명확해진 모습으로 재구성되어 펼쳐집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회화적 공간으로 재구성한 추상 페인팅 작업과, 그러한 페인팅의 가장 작은 단위였던 '붓자국'을 하나의 독립되고 완결된 결과물로 만든 셰이프드 캔버스 작업을 선보입니다.
권재나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가 속한 세상, 매일 마주하는 풍경을 조금은 다른 눈으로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동안 내가 사는 곳을 한 번도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본 적이 없었다면, <컬러 캐니언> 전을 통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세상의 미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